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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곳이 있다는 건

 

<세월과 무지개>

 

얼굴은 지나온 세월을 이야기한다. 금옥과 대춘 삼춘의 얼굴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아득한 기분이 든다. 

내가 살아온 시간의 곱절은 더 견뎌온 이들의 눈빛엔 지난한 시간을 버텨낸 이들의 결연함이 있다.

 

삼춘들을 찍으러 가는 길에 행운의 쌍무지개를 만났다.

좀처럼 보기 쉽지 않아 상서로운 징조로 여겨진다는 쌍무지개가 필연처럼 그들이 걸어온 길 위로 생겨났다. 

빗방울 안에서 빛 반사가 두 번 일어날 때 만들어지는 쌍 무지개는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두 무지개의 색상 배열이 반대로 나타난다.

 

온전치 않은 정신에도 매일같이 바다로 나가는 마음은 무엇일까.

감히 헤아릴 수 없는 회한이지만, 바다가 더 이상 상실이 아닌

안식을 가져다주는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들의 깊게 팬 주름에 무지개를 걸었다.

 

<상태 삼춘과 해무리> 

 

필름 사진은 꽤나 명료하게 정서를 함축한다.

의도되거나 연출되지 않은 날 것의 순간들을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카메라를 의식하면서 시종일관 무뚝뚝한 표정을 짓던 상태 삼춘이

잠시 숨을 돌리려 하늘을 바라본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담았다.

 

해무리는 해 둘레에 생긴 둥근 테이다.

원형 무지개처럼 보이는 이 기상현상은 언뜻 하늘의 축복처럼 보인다. 

이 사진에 담긴 모습처럼 그가 편안함에 이르길 충만한 사랑을 누리길 간절히 바란다. 

 

<해녀들의 꽃길>

 

누군가 내게 말한 적 있다. 인생은 점점 짧아지고 예술은 점점 더 멀어져 간다고.

제법 많은 걸 이룬 지난 15년이 무색하게 언제나 조급했다.

앞으로 누를 수 있는 셔터는 점점 줄어드는데, 사진의 본질에는 조금도 닿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다.

 

고향으로 돌아와 매일 같이 드넓은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여인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길이 있다는 걸.

오래된 신화 같은 삼춘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자명한 진리를 깨닫는다.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요샛말처럼, 그들 앞에 놓인 많은 날들에도 따사로움과 아름다움이 가득하길 바라본다.

 

<비행운과 해녀들> 

 

끝없이 이어진 수평선을 경계로 하늘과 바다가 꼭 닮아 맞닿아있다.

햇빛이 부서지는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삼춘들이 때론 하늘을 가르고 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하늘보다도 드넓은 바다를 누비는 그들이지만,

저 비행운을 타고 더 넓은 세상으로 가고픈 마음도 있지 않을까 짐작해 보았다.

바닷속에서도 하늘에서도 훨훨 날아, 나는 알지 못하는 그들의 꿈에 닿기를 바란다.

 

<해달과 하율, 지찬 그리고 돌고래>

 

무언가를 순수하게 열망해 본 적 있는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가슴 떨리게 사랑한 것이 있는가.

나에겐 사진이 그랬다. 그리고 스물아홉의 해달과 지찬, 아홉의 하율은 잊고 있던 열망을 떠오르게 했다. 

 

힘차게 튀어 오르는 돌고래 형상의 구름을 포착했다.

아쿠아리움 돌고래들의 방사가 결정되던 날 기적같이 나타난 구름이었다. 

여전히 온 마음 다해 무언가를 사랑할 수 있는 이들에게 경외를 느낀다. 

해달이 하율에게, 지찬과 하율이 돌고래에 느끼는 마음이 오래도록 계속되길.

 

<진달과 홀펀치구름>

 

풍경 사진은 찍기도,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십 수년을 '사람'만 찍어온 나에겐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경이로운 기상 현상은 그 자체로 감동을 주지만, 그 안에 스토리를 담긴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상현상 사진과 인물을 엮는 이번 전시 작업은 내게 풍경 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홀펀치 구름, 혹은 폴스트리크 구름이라고 불리는 이 구름은 구름 중 사이 얼음 조각이 하강하면서

주변 수증기를 흡수해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이는 기상현상이다.

누군가 하늘을 향해 펀치 한 방을 날린 것 같은 모양새다.

 

나의 언니 진달. 거침없고 솔직하면서도, 누구보다 따뜻하고 여린 그녀가 떠올랐다.

불의와 부조리를 참지 못하고, 기꺼이 자신을 깎아내리면서까지 다른 이들을 품었던 멋진 사람.

이 사진은 그녀가 세상을 향해 날리는 강력한 한 방이다. 

 

<출동! 독수리 오형제>

 

오래 떨어져 있었지만, 실은 함께 있었던 나의 친구들 상도, 경태, 운우.

묵묵하게 먼 곳에서 나를 응원하고 있던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삼달리에 올 수 있었다.

 

투명 아크릴 프린팅 뒤로 아름다운 자연이 비친다.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든든한 산, 가슴이 뻥 뚫리게 시원한 바다와 (...)

그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것만으로도, 좋은 곳에 온 것처럼 가슴이 탁 트이고 (...)

 

사람을 사랑하고 싶고, 이를 통해 나의 결핍을 채우고 싶어 시작했던 사진작가 (...)

영원한 독수리 오형제. 내 사람들을 들여다보는 것. 그 안에 내가 있고, (...)

 

<용필과 렌즈운>

 

용필은 언제나 하늘을 올려다본다. 남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변화무쌍한 자연의 섭리가 그의 눈에는 보이는 듯하다.

렌즈운은 높은 고도에서 바람 방향에 직각으로 정렬한 렌즈 모양의 구름이다.

독특한 모양새에 절로 눈에 띄기 마련인데, 하늘로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나는 언제나 개천에서 난 용이 되고 싶었다. 개천을 떠나 하늘 높이 비상하는 용.

역설적으로 그 개천이 있었기에 솟아오를 수 있었음을, 다시 이곳으로, 다시 그에게로 돌아와서야 깨달았다.

매일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휩쓸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을 가르쳐준 게 용필이었다.

 

그가 나에게 개천이 되어 준 것처럼 나도 그의 개천이 되어 그가 하늘 높이 올라 꿈을 이뤄내는 걸 지켜보고 싶다.

이 사진은, 그리고 이 전시는 이제 그리움이 아닌 편안함으로 남은 그에게 건네는 진심 어린 고백이다.

기상청 사진전을 동행해 준 그에게, 그리고 앞으로도 여정을 함께 헤쳐 나갈 그에게 나의 진심을 전한다.

 

우릴 얼마나 안심하게 만드는지


 

볼 것 없어 ott 유랑 생활을 한참 하다 우연히 튼 것치고 초반 화는 후루룩 봤던 드라마 (그다음부터는 본방 날만 기다렸다는...)

이 드라마를 통해서 가슴은 따뜻해지고 어떨 땐 힐링이 됐으며 어쩌면 내 곁에도 삼달이처럼 좋은 사람이 많을 수도 있겠다 느꼈던 작품

나도 인생이 버겁거나 힘들다고 느낄 때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을까 내 편만이 가득한 곳이 있을는지......

 

삼달이처럼 사진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을 정도로 너무너무 좋았던......

풍경이든 사람이든 물건이든 뭐가 됐든지 나도 나만이 느끼는 안정감을 찾아 사진으로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듦

필카만의 감성 좋은 것 같은데 폰 필터로 나오는 필카 느낌이랑 필름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감성은 확연히 다르겠지? ㅠ.ㅠ

 

나도 내 안의 무언가를 추억하려면 사진 찍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언젠가 사진을 배우게 된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찍는 것이 내 버킷리스트가 되었다는 것 ㅎㅎ... 

 

원래 이렇게 사람들의 인생과 감정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을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가볍게 보기 좋았던 작품인 것 같았음

추천...... 까지는 잘 모르겠고 볼 게 딱히 없다면 이걸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함

 

모두들 무언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삶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