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호, 달] reading start (24.01.22) ~ reading complete (04.01.27) 거짓에 가려졌던 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이별을 선택한 게 아니다. 연인이 나를 속였다는 사실 자체로 그랬던 것도 아니다. 인간은 조금씩 무언가를 속이기 마련이니까. 때론 스스로도 속이는 게 인간이라는 걸 나는 안다. (p.10-11) 그날 이후로 그녀는 내게 매일 사진을 보냈다. 내가 일하고 운동하고 작업할 때면 그녀는 자신이 뭐 하고 있는지 하나씩 다 사진을 찍어 보냈다. 난 그런 그녀에게 빌고 또 빌었다. 제발, 그러지 마. 이건 믿음이 아니라 고통이야. 믿음은 그렇게 사진을 보내준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고. 술에 취하지 않았다는 말이나 집에 도착했다는 사진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23.11.26 ~ part. 1 초대 전공은 조소였는데, 다른 무엇보다 손에 쥘 수 있는 날카로운 도구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 도구들의 뾰족한 끝을 보고 있자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부드럽게 가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건 한 치의 흠집도 없이 놓인 푸딩이나, 고운 두부를 마구 뭉개고 싶어지는 충동과 닮았다. 가끔은 그것으로 내 턱 끝에서 쇄골까지를 주욱 갈라 버리고 싶기도 했다. 갈라져 벌어진 양 살을 당기면 그 안에서, 날 7년 동안 괴롭힌 가시가 툭 떨어지고야 말 것 같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망상이었다. (p.12) 정현은 교묘하게 날 평가했다. 주로 좋은 말을 먼저 건네며 이전의 차림들을 깎아내리는 식이었는데, 당장 코앞에서 칭찬하는 이를 두고 화를 내기도 뭐 한 일이었다. 기분이 ..